살아있을 땐 그저 생계 수단으로서 밖에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던 유진 앗제는 후대에 들어서서야 '카메라의 시인'이라 불리며 재평가받았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와 함께 현대 사진의 선구자라고도 불리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골목길, 아무도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성당, 한적한 세느 강변, 말없이 바람을 타고 노는 나무 등이 그의 작업 대상이었다. 그런 앗제의 사진엔 이야기보단, 서정성이 숨어 있다. 길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 누군가가 곧 걸어갈 것 같은 길이 아니라, 모두 그 길을 걸어간 후 길만 남은 느낌이다. 외로운 길. 쇼윈도를 찍은 사진에선 누군가 곧 들어와 그 상품을 구매할 것 같은 역동성이 아니라 모두 외면한 듯한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느낌이다. 생전에 그가 외롭고 불우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여튼, 그의 사진들에 등장했던 장소들을 1996년에 다시 찍어 사진전을 열었다고 한다(사진 작가는 모른다;;). 사진들이 보통 20세기 초의 사진이었으니 반세기가 훨씬 지나서 찍은 것이다. 아니, 거의 100년이 지나 찍은 것이다.그럼 그 장소들이, 그 나무들이, 그 건물들이 그대로 있었을까? 놀랍게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과연 문화의 도시답다. 처음 그 사진들을 봤을 땐 정말 충격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도 그 건물이 그대로 있어! 대한민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문화재들도 개똥으로 아는데 오래된 건물이라고 보존하겠는가, 싹 밀어버리지. 창경궁 명정전은 오래된 목조건물로 보존 가치가 월등히 높은 곳인데도 신문협회 파티 장소로 제공되어 술을 처드시고 담배를 마구 피운다. 목조건물에서, 그것도 대한민국의 사적으로 지정된 곳에서 담배를 피게 놔둔단 말이다. 유흥준 문화재 청장은 그때 쳐드신 욕이 모질랐는지 이번엔 철강재벌들의 파티에 또 명정전을 빌려준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아, 이 이야기 하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오래된 건물의 예를 들려고 하다가 샛길로 샜다;; 일제시대에 조선총독부로 사용되다가 해방 후 국립박물관으로 사용되었던 구 조선총독부 청사가 있다. 1920년대에 준공된 이 건물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껴안고 있는 건물이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징집되어 지어진 건물이단 말이다. 그런데 이 건물을 철거한다고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다 부숴지나? 철거한다고 없어진 경복궁의 건물들이 다시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 건물을 부쉈다. 해방 50주년에 맞춰 철거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 철거가 시작될 땐 어려서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의 개관 행사를 접하면서 생각해보니 그 건물을 철거한 것이 참 '깨는 센스'인 것 같다. 그 건물을 부수어 경복궁을 복원하는 것보다는 그 건물을 보존해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며 후대에까지 널리 알리는 것이 훨씬 이익인 것 같기 때문이다.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역사체험관 등으로 개조해서 어린이들의 캠프를 유치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어린이들아, 우리 선조들이 이런 모진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독립을 위해 애써 힘쓰셨단다- 라고 가르쳐주는 것이 독립기념관 한 바퀴 건성건성 돌고 오는 것 보다는 훨씬 가치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익일 것 같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가? 이런, 앗제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너무 멀리까지 왔다. 시치미를 떼야겠다.) 반세기가 훨씬 지나서도 자신들이 만든 건물과 길을 그대로 보존했다는 것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그 길에 깔린 보도블럭에, 건물의 벽돌 한 장에도 시간과 의미를 부여해 훼손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물론 삽질 한 번 하려는 것도 나라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프라하완 비교가 되지 않지만;;) 이런 나라들처럼 우리가 만들어 낸 결과물들을 소중히 하는 것을 배워야 할텐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아파트가 20년만 넘으면 무조건 밀어버려 새 단지를 조성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낡고 오래된 것들은 무조건 버린다. 옛것의 의미를 되새기려 하지 않고 있다. 새것만 찾는다. 착잡한 현실이다. ※시치미를 떼다,의 어원이 재미있기 때문에 잠깐 메모. 옛적부터 우리 조상들은 매를 이용해 사냥을 즐겼다. 그래서 자신의 매에 표시를 했는데 그것이 '시치미'다. 주로 한지에 소유주의 이름이나 매의 이름 따위를 적고 노끈을 이용해 발목에 묶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매들이 가끔 자신의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날아들기도 했다. 그럼 이럴 때 그 사람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 매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 말어? 시치미에 정보가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돌려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야생 매를 길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므로 가끔은 그 시치미를 떼어 내고 모른 척 하기도 했다. 시치미를 떼어 낸 다음 자신의 소유인 양 구는 것이다. 여기서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김재정이 그러더구만. 재밌죠? ![]() Quai_aux_Fleurs_1902,1996 ![]() Rue_del'_Echaude_1924,1996 ![]() Rue_des_Archives_1901,1996 ![]() Rue_des_Saints-Peres1901,1996 ![]() Rue_la_Vrilliere_1925,1996 ![]() Rue_Saint-Antoine_1913,11996 ![]() Saint-Andre-des-Arts_1908,1996 ![]() Tour_de_l'Horloge_1901,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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