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인전에 사기당한 적 있수? ◈
켈러의 진면목은(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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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삼중고의 장애를 딛고 일어나 세상을 뜬 위대한 여성 위인- 보통 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고. 버릇없고 안하무인의 성격인 장애아동에서 셜리번 선생님의 노력으로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여자로 성장해 결혼도 하고 사회사업까지 하며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던 멋진 여성.초등학교 입학 즈음 해서 집에서 구입한 금성출판사의 한국·세계위인전집 속의 헬렌 켈러였다. 그런 헬렌 켈러가 급진적인 사회주의자로서 활동했다는 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글을 읽어보니 뭐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위인전에 그려진 인물과 실제 인물들에게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자면 세종대왕. 외국의 학자들도 찬미해 마지않는 우리의 문자를 만들어내신 분이다. 우리의 한글을 만들었다는 것 말고 위인전에서 기억나는 것 있는가? 사실 세종은 장애인이었다. 당뇨에 의한 후천적 실명 이었다고 한다. 물론 선천적인 장애인 이었으면 왕이 될 수도 없었겠지만, 츳. 실명 상태에서 한글을 창제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감동적인 스토리를 기록하는 위인전은 없다(물론 내가 읽은 범위 내에서만;;<- 소심하긴). 우리가 기억하는 세종대왕은 완벽한 학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왜 위인전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을 수 없었을까? 장애인이 만든 한글은 그 가치가 떨어지나? 국가를 장애인이 통치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나? 오히려 위인전에 이런 내용을 삽입하면 아이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편찬위원들은 이런 내용을 삽입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비장애인 일테고 지독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 테니까. 흥.


다음으론 조지 워싱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다. 이것 말고 아는 것이 있는가? 아, 어린시절의 벚나무 이야기. 정직이 우선이라는 조지 워싱턴의 대쪽같은 심성을 보여주는 그 이야기. 그게 사실일까? 그 이야기는 후에 위인전을 편찬하며 삽입된 설정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어린시절부터 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에피소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왜? 왜일까. 아버지가 아끼는 벚나무를 자르고선 겁이 나서 도망치고 숨는 평범한 어린이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사실 이런 교훈에서 어린이는, 평범한 사람은 나중에 크게 될 리가 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평범한 자신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을 거라고 자책할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조지 워싱턴은 프리메이슨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것은 위인전에 추가되지도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순신. 왜구로부터 한반도를 지켜낸 위대한 성웅이다. 난 위인전에서 그렇게 읽었다. 그렇지만 그도 자신을 음해하려는 원균을 미워했고 선조를 인간적으로 싫어하던 평범한 무장에 지나지 않았다. 거북선을 건조한 것도 그가 아니었으며 젊은 시절에는 주색잡기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 양아치(죄송합니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위인전에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원균도 포용하고 왕을 받드는, 단지 무과에 늦게 임한 능력있는 무관이었다. 왜? 성웅은 사람을 미워하면 안되나? 자신을 시기하는 왕을 싫어하면 안되나? 젊은 시절에 잠시 놀면 안되나? 어린이들이 보고 배울까봐? 아서라, 요즘 어린이들이 얼마나 조숙하고 영악한데 이런 작태를 보고 배우겠나.


어린이들에게 완벽한 모습의 위인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들도 사실 평범한 마인드를 가진 인간이고 장애인이기도 했으며 비밀단체에도 가입했었다는 것을 숨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편찬위들부터 편견과 오만을 버리고 평범한 시각으로 위인전을 집필했으면 한다.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삽입하면 '아, 훌륭한 사람들도 평범한 인간이구나' 라는 것을 느껴 조금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무어, 위인전이 친숙하게 다가오면 뭐에 갖다 쓰냐, 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적어도 어린시절부터 편견을 갖진 않을 것이다. 편찬위원들 바보, 똥개. 메롱.





-오늘은 깨끗한 바람이 불었어요,
by _푸훗_ | 2005/10/04 20:57 | -- 혼자 말하기.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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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석원군 at 2005/10/04 21:27
솔직이 헬렌 켈러의 후기 삶이 너무 축약되어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는데 역시 사상적인 이유었던 거죠. 어떻게 생각하면 그녀와 같은 삶을 산 사람이 급진 사회주의자가 되지 않았다면 더 이상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때보다 나아진 것 같아도 미국의 뉴올리언즈를 보면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구요.

이순신의 경우에는 문신에서 무신으로 전환한 경우라서 실제 무예에는 서툴렀다고 하죠. 흔히 이야기되는 말타다가 떨어져서 버드나무로 묶었다라는 것이 이순신의 불굴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무예에 능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위인은 2% 부족할 때 더욱 위인인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0/04 21:42
자신들의 입맛대로 주물럭거려 편찬한 위인전을 읽는 우리 불쌍한 어린이들, 츳. 그리고 이순신이 무예에 서툴렀구나. 위인들이 설마 이프로만 부족하겠어요.
Commented by 봄바람 at 2005/10/04 22:37
^^ 사실 이순신장군은 일본놈들 아니었으면 어정쩡한 양아치로 평생을 살았을지도 멀라여. ㅡ.ㅡ;;
위인전에 이젠 안 속아여. 나중에 보면 얼마나 실망하게 되던지... 요즘 울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에 빌 게리츠가 나오는데 환장해여. 그거 보면. ㅡ.,ㅡ;;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0/04 22:46
위인전에 빌 게이츠라, 출판사가 MS계열이 아닐까요? 살아있는 사람도 위인전에 포함되는 군요. 만약 지금 전두환이 대통령이었음 전두환도 위인전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하는 잡생각을 잠시 했어요.
Commented by 석원군 at 2005/10/04 22:58
제가 어렸을 때는 박정희, 나세르, 카이사르 등이 있었죠. 다들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들이죠. ^^
Commented by 모두루 at 2005/10/04 23:06
조지 워싱턴
한 사람을 제외하곤 제가 모두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와 가장 닮은 사람을 들라면
세종 대왕이라고나 할까요
운동 싫어하고 살은 찌고 눈이 지독하게 나쁜,,,
이 도 (세종 이름) 사랑해요~~
당신이 만든 한글도~~~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0/04 23:12
석원군 / 와, 신기하다. 무서운 사람들이 위인이 되려고 용을 썼구만요.

모두루 / 나도 라이프 스타일은 세종대왕이랑 비슷해요. 늘 앉아있고 살은 찌고 눈을 나빠지고 있고;; 하지만 불타는 창의력과 독창성은 결여;; 평범한 인간의 한계죠. 나도 한글을 사랑해요. 한글 만세!
Commented by 봄바람 at 2005/10/05 07:16
위인전의 내지에 수록된 글의 단면을 잘라 보면 ㅡ.ㅡ;; 우울하기도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던가요?
빌 게이츠, 스티븐 킹. 등등이 살아있는 위인이랍니다. 사실 인간성이 어떻고, 그들의 행동이 옳고 그르다를 판단하기 이전에 그들은 20세기를 빛낸 위대한 사람들이긴 하죠. 세상을 바꿨잖아요. ㅡ.ㅡ;; 그런데 그 미화가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는 거죠.
그걸 보면 아... 나머지 위인들도 그렇겠군.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슈바이져 박사에 대한 진실을 알고 얼마나 실망했던지... 게다가 조지 워싱턴도 글코. ㅠ.ㅠ;; 암튼 여러모로 위인전은 뻥이 가미된 넌픽션이죠. ^^ 지금 쓰여지고 있는 자서전처럼.
그래도 아이들이 그들의 장점을 보며 자신을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어요. ^^
Commented by 푸르미 at 2005/10/05 09:20
위인전이 많이 포장되었단 사실을 나중에 알고선 조금 충격을 먹었죠. 괜히 어릴때 우상같은 거 있잖아요. 연극으로 셀리반 선생님이 중심인 걸 본적이 있는데... 감동이었죠.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누구나 결점이 있다는 데에 더 인간적인 거 같아요,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0/05 12:06
봄바람 / 맞아, 슈바이처가 밀림에 질병을 만연시킨것도 진실의 어두운 부분이에요. 장점을 보며 발전시키는 것도 좋지만 단점을 보면서 자아비판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한 일 같아요. 한마디로 위인전은 반쪽자리 같아요.


푸르미 / 네, 인간이니 결점이 있는 것이죠. 왜,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면 등장하는 신들이 얼마나 결점 투성이에요. 그런 신들이 우릴 창조했으니(아니, 인간이 신을 창조했나? -_-) 우린 결점 투성이 인간이 될 수 밖에 없어요. 그쵸? 일본드라마 유리가면"에서 헬렌 켈러의 어린 시절을 연극화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배우들이 참 잘 하더라구요. 나 역시 감동했었어요.
Commented by 가짜집시 at 2005/10/05 13:34
뭐...'미화' 에 열중하는 위인전이라도 일단 기본적으로 천권정도는 읽어줘야지요. 훗날 알게될 진실의 가치를 위해서라도...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5/10/05 15:05
저는 세종대왕님 좋아해요. 안색이 참 푸르딩딩하신게 보고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지더군요. 자주 뵙고 싶은 분이예요. ^^
그나저나 이런 야사는 들을수록 재미있어요. 이순신 이야기 말고는 다 처음듣는군요;;;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0/05 15:56
가까집시 / 푸훗, 천권 읽으셨나요?

마른미역 / 전세계 왕의 동상들 중에서 손에 책 들고 있는 왕은 세종대왕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이제 곧 '한글날' 이네요.
Commented by 무경선생 at 2005/10/05 16:31
시간이 흐르며 많은 것이 잊혀지는 것이 첫 번째 원인, 현재라는 시대가 원하는 모습에 의해 왜곡되는 것이 두 번째 원인. 이 두 가지가 위인으로 남게 되는 사람들이 왜곡되는 이유겠지요.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뭔가를 남겼다...는 정도로만 무난하게 위인을 보려 합니다. 가끔은 정말 그젛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요.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0/05 18:36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쌉쏘롬하네요. 비범한 뭔가를 남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잊혀지고 왜곡되어서 결국 나중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 있을 까봐요.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가 현대인이 생각하는데 있어 절대 진리가 될까 무서워요;;
Commented by 올빼미 at 2005/10/06 02:18
아아.. 역시...
인간의 심장은 왼쪽에 있는게 맞군요..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0/06 17:52
음, 이해를 못하는 건 나 뿐인가요? -_-
Commented by 올빼미 at 2005/10/07 16:35
아.. 얼마전에 돌아가신 정운영 선생님이 생전에 자주 하셨다던 말씀이었습니다. 헬렌 켈러가 사회주의자였다는 글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나서요. ^^;

콩쥐팥쥐의 원전에서 사또가 팥쥐를 젓갈로 담궈서 계모에게 보내는 장면은 "어린이 전래 동화 전집"에는 실려있지 않죠. 위인전도 그런 맥락의 일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꿈과 용기"를 주는 "희망찬" 것들만 보여줘야하고, "어른들의 검은 세계"는 숨겨야한다는...
Commented by 봄날의곰 at 2005/10/07 22:46
저 또한 위인전과 동화들의 숨겨진 일면을 알고서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죠. 후훗. 역시 어른들이란...[웃음]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0/08 10:50
올빼미 / 아, 그렇군요. ^_^;; 나도 지식인에서 그 젓갈설을 읽었을 땐 정말 충격이었어요.


봄날의곰 / 어른들은 너무 제멋대로에요. 나도 그런 어른이 되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스멍스멍 합니다.(이렇게 적고 나니 사춘기 소녀의 말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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