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미』, 박완서
Review /『호미』, 박완서
-흙냄새가 난다,



박완서 5년만의 산문집『호미』에선 흙냄새가 난다. 비가 그친 후 지렁이가 나와 꿈틀거리는 그런 흙길의 냄새가 오롯이 코끝으로 전해지는 기분이다. 함께 호미를 들고 김을 맨것 같은 기분도 들고 노오란 복수초의 꽃을 밟지 않으려 깨끔발로 마당을 돈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러니까 마치, 내가 박완서의 앞뜰에서 그와 함께 차를 마신 것 같은 기분이다.


이 노(老)작가의 작품을 내가 얼마나 읽었던가. 이제서야 생각해보니 고등교과서에 실렸던 『나목』의 부분과『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전부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도 내가 읽고 싶어서라기 보단 우연히 책이 생겨서 들여다 봤었다. 그게 벌써 5~6년 전이니 한참 젊은 작가들의 재기발랄함에 익숙해 손에 착 감기지 않았었더랬다. 그러니까 대충 건성으로 읽었단 이야기.


스피드의 현대사회, 인터넷의 속도를 강조하는 CF가 넘쳐나고 입맛은 패스트푸드에 맞춰져 버렸다. 식당에선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고 정보의 속도에 희비가 엇갈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박완서의『호미』는 느림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다.


아파트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나태하게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못마땅해 전원생활을 시작했다는 작가는 뜰을 가꾸는 그 육체노동을 기분 좋게 즐기며 이야기하고 있다. 하루쯤 퍼져있고 싶어도 땅에서 생명이 움틀거리는 소리가 전해져 호미를 들고 뜰에 나갈 수 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뜰에 나가면 생명이 움틀거리던 소리의 실체가 눈에 보이곤 한다. 대지를 한뼘이나 갈라 뚫고 올라온 생명이 수줍게 싱그러운 향기를 뿜고 있다 한다.


지인들에게 뜰에 100가지도 넘는 꽃들이 핀다며 자랑을 하는 작가의 소박함에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그 100가지도 넘는 화초들이 피운 꽃망울들을 눈에 보일듯이 묘사하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순번을 정해 천천히 아름다움을 뽐낸 꽃들의 향기를 다 맡은 것 같다. 아마도 산문집 전체에서 느껴지는 흙냄새 때문이리라.


느리고 불편하게 살면서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박완서의 문장이 참으로 소박하고 담백하다.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아 산문집을 잡고선 두어시간만에 읽어내렸다. 어릴 땐 이 노(老)작가의 문체가 그저 고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박완서의 글에서 ‘깊은 성찰’과 ‘묵직한 울림’을 읽어낸 난 아직 읽을 것들이 너무도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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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책 읽으면 짧게라도 무조건 서평을 쓰겠다 마음먹었건만;;
이것도 알라딘서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오늘까지 서평을 올리지 않으면 다음 서평단 모집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부랴부랴 대충 쓴거다. 이거 쓰면서 마치 방학 마지막 날 밀린 일기와 방학숙제를 대충대충 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 이렇게 살지 말자.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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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_푸훗_ | 2007/02/25 23:41 | -- 책을 읽고,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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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t 2007/02/26 01:27
요 얼마간 박완서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만났는데, 전 왜 이 분의 글을 읽은 기억이 없을까, 아쉬웠답니다. <한 말씀만 하소서>란 제목의 수필집이었던가요, 소설과 수필집 모두 꼭 찾아 읽어야지.. 우선 다짐만. ;;
Commented by _푸훗_ at 2007/02/26 19:44
야호, 을이다. <호미>가 5년만에 나온 신작산문집이어서 요 근래에 박완서에 대한 글을 읽었나봐요. 방긋. 근데 정말 박완서는 유명세에 비해 손이 잘 안가는 작가에요. 이상하죠? 그리고 다짐이란것은 무릇 다짐으로만 그칠수도 있기 때문에 다짐을 하고 머리에 꼭꼭 적어 놔야 안 까먹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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