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수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
피디수첩이 황교수의 난자 유상 증여에 대한 윤리 문제를 제기했을 때에는 제 역할을 하는 방송이 있구나, 싶었다. 바람직한 일이었다. 난자 제공에 따른 여성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방송의 순기능이란 이런 것이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다수의 네티즌과 국민은 피디수첩을 비난했고, 결국 그들의 의견이 관철되어 피디수첩의 광고주들이 광고를 중단했다. 무서웠다.


그런데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피디수첩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황교수의 연구 자체에 의문이 있단다. 연구가 '뻥'일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허허, 이게 무슨 일이냐. 그럼 난자 운운하면서 윤리 문제를 꺼냈던 것은 한번 떠보는 것이었네. 즉 그들은 제 역할과 방송의 순기능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피디수첩을 과대평가했던 것이었다. 그야말로 황색 저널리즘의 표본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수의 네티즌과 국민들은 피디수첩을 넘어 엠비씨까지 비난하며 황교수를 보호했고 마녀사냥 식의 운동(?)까지 일어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피디수첩이 미국까지 날아가 피츠버그대 연구원들에게 공갈을 쳐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얻어냈던 거라고 밝혀졌다. 황교수는 구속될 것이고 연구는 모두 뻥으로 판명 났다고 했단다. 와, 간땡이가 부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뻥을 치면서 취재를 하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구나. 대단하다. 그리고 이것을 터트린 것이 당사자들이 아닌 와이티엔 이었다. 허허, 타 방송국에서? 엠비씨 그제서야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디수첩을 옹호하는 방송을 내보냈던 뉴스데스크는 몇 꼭지에 걸쳐 피디수첩의 취재 윤리 위배 사실에 대해 다루었다고 한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너무 어마어마한 뻥과 사건이 터져버려 여성의 인권과 난자 유상 증여에 따른 윤리 문제는 흩어져버렸다.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아니지만;;). 윤리 따위를 이야기하는 자체가 국익이라는 거대한 바위에 달걀 던지기와 같이 무모한 일이 되어 버렸다. 국익은 곧 국민의 이익인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황교수의 연구가 국익에 보탬이 되는 것인가? 그것을 상용화 했을 때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정말 다수의 국민인 것이야?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거야? 지금 이렇게 흥분을 금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때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제 여기까지 뉴스를 읽었을 땐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엠비씨, 아니 피디수첩은 왜 이렇게 황교수 문제에 집착을 하는 거지? 이쯤되자 이것은 보도를 위한 취재가 아니라 황교수에 대한 스토킹으로 보인다. 황교수를 소유하려고 그러는 거야? 사랑하는구나!


중요한 문제는 공중으로 흩어져 버리고 국익을 위시한 여러 공론들만이 가득해졌다. 여기에 엠비씨 죽이기까지 합세했다. 국익을 흔들고 있으니 죽여야 겠다고 한다. 처음부터 윤리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취재를 한 피디수첩이 윤리 문제를 이야기 한 것이 코미디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피디수첩을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와, 대단한 논리다. 국익 앞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무조건 제거해야 겠다는 파시스트들이 넘쳐나고 있다. 정말 국익이 그렇게 중요해?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 온 방송국 하나를 없앨 정도로 중요한 거야? 난 국익의 실체를 잘 모르는 덜 떨어진 사람이라서 그런데 엠비씨 패쇄 운동을 하는 사람들, 국익이 뭐야?


처음부터 피디수첩은 이렇게 접근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연구 자체에 의구심을 가졌으면 정공법으로 부딪쳤어야 했다. 꾀부리느라 살짝 돌아서 접근해서 사람들이 더 열받는 거다. 배신감까지 가지는 것이라구. 처음부터 우리는 이렇다, 게다가 난자 증여에 대한 문제도 있다는 제보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런 식으로 나왔어야 한다구. 똑똑한 사람들일텐데 왜 그랬을까? 아님 내가 덜 떨어져서 뭣도 모르면서 키보드만 쳐대고 있는 거야?


그 런데 이제 구글에서 황교수 연구 논문에 실렸다는 세포의 사진이 포토샵으로 조작이니 어떠니 하는 자료가 돌고 있다. 한 클럽에도 올려 놨던데 밑에 달린 댓글들이 대단하다.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이 죄다 거기에 있다. 생명공학도와 연구원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사진 전문가들도 어쩜 그렇게 많은지 놀랍다. 전문가들은 끼리끼리 놀아서 한 곳에 그렇게 모여 있는 건가? 잘나고 아는 거 많은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거야? 난 황교수의 논문을 본 적도 없고, 볼 일도 없고, 본다고 해도 하나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 논란에는 관심이 없다. 죄다 전문가들이라 뭔 말인지 댓글도 못 알아 먹겠구 말이다. 하지만 세계 유수의 과학지에 실린 논문이 그렇게 허술하게 검증을 했을까? 그 사람들이 다 바보인거야? 아, 전문가들이 죄다 우리나라에 모여 있어서 그 사람들은 다 뭘 모르는 거구나. 우리나라 전문가님들 그곳에 가서 얘기 좀 해봐요.


어쨌든 다수의 네티즌과 국민들이 인권과 윤리 따위는 국익이 앞에서 보잘것 없는 가치이니 쌈 싸먹었나 보다. 쌈 싸먹은 사람들, 맛있어? 맛 있으면 나도 쌈 싸 처먹고 엠비씨 죽이기 놀이에 동참 하려구. 많은 사람들이 재밌으니까 그거 하는 걸꺼 아니야, 안 그래? 국민의 친구인 국익이랑 손잡고 엠비씨 죽이기 놀이 하는 기분, 나도 알고 싶다구. 친구 국익이가 친절하고 착해? 궁금해. 정말 국익이랑 놀면 내게도 콩고물이 떨어지는지. 나도 콩고물 받아 먹고 싶어. 자 우리모두 윤리와 인권 따위는 쌈 싸 처먹고 국익이랑 손잡고 놀아요. 콩고물이 떨어질테니.




-3호선 버터플라이.를 들으며,
by _푸훗_ | 2005/12/05 21:09 | -- 혼자 말하기. | 트랙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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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mi-ring at 2005/12/07 13:36

제목 : 이 죽일 놈의 국익
이번주 화제의 영화는 개봉 첫날 올 하반기 관객동원 1위 기록을 가볍게 넘어선 황우석씨와 국익씨 주연 영화 “이 죽일 놈의 국익”입니다. 멜로에 스릴러를 가미한 영화로 기존의 멜로 공......more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5/12/05 21:11
콩고물따위 떨어지지 않는다에 오백원쯤 걸어도 좋아요. 츳-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2/05 21:15
에이, 겨우 500원? 미역의 댓글 속도에 깜딱 놀랐어요.
Commented by 건전초딩13세 at 2005/12/05 21:29
그 '같은 사진' 건은 "실수로 같은 사진을 넣었다"라고 밝혔으므로, 소문 자체가 조작된 건 아니더군요. 논문이 조작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과학자도 유수의 과학지도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Commented by 변태 at 2005/12/05 21:39
에, 국익 때문에 윤리 문제를 등한시 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그만큼의 파급 효과가 있을만한 일이니까 말이 많아지는 거겠지요. 그리고 국민 개개인에게 무언가 득이 되냐 안되냐의 문제도 아니겠고요. 막연하지만, 나라에 득이 있을거라 생각하는 거죠. 개인이 잘되려면 나라가 잘 되어야 하고, 나라가 잘 되려면 개인이 잘되야 하니 말이죠. 파시즘 쪽이라기 보단 어쩌면 민족주의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MBC는 확실히 커다란 잘못을 연발하고 있어요. 대국민 사과의 빈도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지요. 게다가 문제 해결의 방식도 그정도라니. 사실 방송 하나가 그리 쉽게 만들어지고 방영되는 게 아닐거라 생각되요. 관계자 몇명 가지고 그러는 건 거진 눈가리고 아옹식이겠죠. 다시말해 이건 국익 문제가 아니어도 충분히 큰 잘못이고요.
하지만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네티즌이나 여론은 반드시 사실이나 진심을 보여주진 않아요. 대부분이 낚시일테지요. 순간 방심하면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흘러가게 되어있어요.

..라고 소인은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2/06 00:00
건전초딩13세 / 아, 그렇군요. 실수였군요.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거죠. 어쨌든 너무 께름칙합니다. 뭔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라서요..


변태 / 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어쨌든 그 파급효과 라는 것이 국익 때문에 더 커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난. ^_^ 민족주의든 파시즘이든 지금의 행태는 뭔가 이상해요. -_- 이놈의 낚시질들은 멈추지도 않네요.
Commented by 푸르미 at 2005/12/06 11:23
가뜩이나 여론도 그 쪽으로 쏠려있는데 아주 힘을 팍팍 실어준 사건이 되어버렸네요. 이구 좀 잘 좀 취재하지. 분명 거론되어야 할 문제인데. 이제는 뭐 하도 커져버려서 한마디했다간 테러당할 분위기에요. 이제 좀 '국익이'는 잠이 들었으면 좋으련만.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2/06 17:14
우리의 친구 국익이도 동면에 들어가야 할텐데 말이죠, 츳. 근데 어제 올블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었어요. 와이티엔에서 터트린 배후에 노련한 언론플레이어 황교수가 있다, 뭐 그런 글이었어요. 역시 세상은 음모론으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_-
Commented by 사흘나기 at 2005/12/06 17:36
국익, 국익, 국익... 애국가에도 있고,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왔지만, 아직도 그 정확한 개념을 이해할 수가 없네요. 대체 어디까지가 '국익'인 건지..;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2/06 21:24
나도 그런걸요. 어려워요.
Commented by 에우 at 2005/12/06 22:13
난 이제 무서워졌어요. 이문제말에요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2/06 22:57
끄덕. 이웃 블로그에선 증오와 살의의 굿판" 이라는 표현을 했더라구요. 제대로죠? 무서워요. 누가 희생량이 될까.. 누구 하나가 저주를 받거나 죽어야 끝날 것 같은 굿판이에요.
Commented by 개울 at 2005/12/07 13:39
혹시 마우스 긁기를 막아놓으셨나요? 트랙백 보내려고(마이링 블로그에서) 트랙백 주소를 긁으려 했더니 안 긁혀서 결국 손으로 주소를 쳐서 넣었다는... ^^;
Commented by 봄날의곰 at 2005/12/08 10:54
천재를 곱게 보질 못하는 우리는 한국사람이라지요~ 우하하;;;ㅠ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2/08 22:06
개울 / 타이핑해서 올리는 책들의 태그만 걸려고 했는데 그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다 막았어요;; 요즘 저작권법이다 뭐다 해서 무섭잖아요. 책 타이핑 하는 것도 그들의 눈으로 보자면 범죄구요;; 그리고 가끔 책 리뷰를 긁어가서 자기들의 글처럼 올리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뭐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기분은 나빠서요. 방긋. 주소창에 있는 주소 복사하고 중간에 /tb/만 넣으면 쉬운데~ 히히.


봄날의곰 / 요즘 황교수의 병원행 소식은 쇼인지 진짜인지도 모르겠어요. 아, 모든게 음모론으로 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_-
Commented by 환월 at 2005/12/09 01:42
황교수를 소유하려고 그러는 거야? 사랑하는구나!
- 에서 푸하핫;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2/09 18:22
웃으라고 한 소리니 당연히 웃어 줘야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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